All about Rin5star/Stories from...

꽁꽁 숨겨두고 나 혼자만 알고싶은 곳 Cafe MARO

Rin5star 2014. 9. 11. 23:37
728x90

3년쯤 전에 근처에 카페가 하나 생겼다.

진시장골목 끝자락에 원래 꽃집을 하던 건물이었는데 몇년동안 빈건물이다가 뚝딱뚝딱 공사를 하더니 카페가 생겼다.

Market Road의 줄임말인 MARO

직접 가 보기전 이야기만 들었을땐 과연 시장골목에 생긴 카페가 잘 되려나 싶었다.

근처지만 그쪽으로 갈 일이 없어서 카페가 생기고 몇개월동안 가보지 않았는데 친구와 갔다가 첫눈에 반해버렸다.


부부가 하는 카페인데 여사장님은 1, 2층의 카페를 운영하시고 남사장님은 3층에서 가죽공방을 운영하신다.

좁은 자투리 건물에 이런 멋진 공간이 생기다니...




훈남 웰시코키 로다가 반겨준다.




내가 처음 로다를 만났을때 막 이갈이를 하는 아기였는데, 어느새 훈훈한 청년이 됐다.


왼쪽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로다가 아직 아기일때, 오랜만에 갔는데도 내 발치에서 떨어지지 않고 저런 귀여운 엉덩이를 보여준다.

발바닥이 새까매진 로다가 무릎위로 올라와서는 귀여움을 부리는데...로다야 너 무거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 5월 일본인 친구와 마로에 갔는데 로다가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지막 사진은 나를 보고 너무 반가워하다 쉬를 하고 여사장님에게 맴매를 맞고는 시무룩 해 있다.


워낙 사람 손을 많이타서 요즘엔 사람들이 아는척 하면 귀찮아 한다는데 그래도 내가 가면 반겨주고 근처에서 얼쩡 거린다.



며칠전, 문득 마로에 가고싶어졌다.

사실 마로에 자주 가는편은 아닌데, 좋아하는 물건을 꽁꽁 숨겨두고 가끔 꺼내보듯이 마로도 꽁꽁 숨겨두고 정말 위로가 필요할 때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때 다녀온다.

시끌벅적한 시장골목을 따라 죽 길을 걷다 마로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 든다.

여사장님이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 까진 1층 테이블에 앉아 수다도 떨고 로다랑 놀기도 하고 했는데,

얼마전 여사장님이 예쁜 공주님을 낳으러 가셔서 로다도 여사장님도 휴가중

늘 공방에서 작업중이라 남사장님과는 마주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날 기억해 주신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일어난 소소한 기쁨.

다음번 마로에 오면 로다와 여사장님, 그리고 예쁜 아기도 만날 수 있길... :)



테이블은 1, 2층 합쳐서 6, 7개 정도.

큰 규모가 아닌데 제법 입소문이 나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거기다 인심도 좋아 주변 상인들에게도 평판이 좋다.

SNS를 안해서 마로가 얼마나 인터넷에서 인기가 있는지 모른다는 여사장님 이야기가 기억난다.



로다의 빈자리.jpg


저 작은 소파는 로다 전용 소파.

로다가 아기일땐 주로 저기에 올라가 있었는데, 휴가에 들어간 지금은 저 빈자리가 쓸쓸하다.


하나하나 골라다 놓은 장식들이 정겹다. 

아기자기한 소품이며 가구며 장식들이 탐난다.

여기저기 남사장님이 만든 가죽공예품들도 눈에 띈다.

손님들이 한번씩은 다 물어볼 정도로 솜씨가 좋다.

나도 가죽공예가 배워보고 싶을 정도.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해지는 분위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



나의 흔적.jpg


제대로 홍차를 우려내 달지않게 만든 한잔 가득 담긴 밀크티와 집에서 가져온 책을 펼쳐 들었다.

출산휴가중인 여사장님대신 아르바이트 하시는 남자분이 만들어준 밀크티. 

사실 조금 걱정했는데, 사장언니가 만든 밀크티 만큼 맛있었다.


추석연휴라 손님이 없었는데 내가 자리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줌마 3인방이 들이닥쳤다.

저 멀리 테라스 밖에서부터 시끌시끌 했는데, 주문도 시끄럽게 하더니 시킨것들이 나올 때 까지도 시끄러웠다.

마로는 주문을 하면 정성만큼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뒤의 세 아줌마가 궁시렁 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내가 책을 읽는지 저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주면 좋을텐데...


책을 읽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를 반복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추석 전날 마로에서 책을 읽다가 세 아줌마의 수다에 정신이 없어서 포스팅을 시작 했는데 미쳐 끝마치지 못하고 연휴가 지나가 버렸다.

마로가 더 유명해져서 앞으로도 오래오래 저 자리에 있어줬으면 좋겠단 마음도 들지만, 꽁꽁 숨겨두고 나만을 위해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좋아하는 장소를 다른사람에게 뺏기고 싶지않은 마음이랄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