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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명량

Rin5star 2014. 8. 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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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화요일 이틀동안 서울서 후배가 부산으로 휴가를 왔다.

일본 유학시절 같은반에서 공부하던 사이였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나를 잘 따르고 해서 잘 지냈었다.

재작년 여름휴가도 내가 있는 부산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더니 올해도 불쑥 '저 내일 부산 갈게요' 란다.


후배와 둘이서 이틀동안 정말 신나게 돌아다니며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쇼핑도 했다.

그리고 어제 저녁, 다음날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하는데 그냥 가는게 아쉽다며 영화라도 보자고 한다.

얼른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고 집근처 CGV에서 명량을 보기로 했다.


평소 한국 영화에 별 매력을 못느끼던 나는 이번에도 역기 큰 기대없이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영화가 시작되고 내용이 진행되는동안 나는 때론 슬펐고 때론 답답했으며, 때론 소름이 돋고 웃음도 났다.


역사시간에 누구나 한번쯤 들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

열두척의 배로 수백척의 왜군을 물리친 이야기.

역사시간에 교과서로 보던 이야기에 영상이 더해진 명량해전의 이야기는

이게 사실인가 픽션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1597년 칠천량해전에서 왜적에 대패한 조선의 수군은 단 12척의 배만이 남게 되었다. 왕은 남은 수군을 육군에 종사하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이순신 장군은 왜적과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열 두척의 배로 죽을힘을 다해 싸워보겠다던 이순신 장군을 그 누구하나 믿어주지 않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우수영으로 진을 옮겨 울돌목을 지켰다. 

칠천량 해전 이후 남은 열두척의 배와 변변치못한 무기로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울돌목의 조류를 이용해 보기좋게 왜적을 물리쳤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게 만약 역사책에서 배운 내용이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면 정말 대단한 영웅영화구나 싶었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영화속 왜군들은 조선 수군의 갑옷이나 무기보다 훨씬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고, 수적으로도 우세였다.

열 두척의 배가 서른척이 넘는 배를 가라앉히고 큰 사상자 없이 전쟁에서 승리를 한다는것 자체가 놀라웠다.


60분이 넘는 전투씬 속에서 난 전생에 내가 전쟁중 죽은 사람의 환생인것 마냥 온몸이 아팠다.

왜군과 싸우던 조선 수군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겁이 나거나 도망치고 싶었을 텐데, 지금의 나라면 과연 싸울 수 있었을까?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자연을 이용 할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타고 있는 배도 위험 할 수 있었을텐데.


중간중간 조선수군이 전쟁에서 밀릴땐 탄식의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고, 반대로 왜군에 성공적으로 공격을 했을 땐 박수소리가 들려 오기도 했다.(처음 박수소리가 들렸을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영화관에선 얌전히 조용히 (심지어 뒷자석의 인기척이나 팝콘 먹는 소리도 거슬려 난 항상 제일 뒷줄 구석자리를 선호한다.) 영화를 보는걸 선호하는 나였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박수소리엔 눈을 흘길 수도 발끈 할수도 없었다. 영화도중 박수를 치던 그들의 심정이 어느정도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영화를 보기전 역사책을 한번 더 읽어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 내가 역사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었으면 더 현실적으로 다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덧붙인 이야기나 조금 각색된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배 열두척으로 어마무시한 숫자의 왜군(영화에선 330척 백과사전 검색에서 120여척, 200여척 이라고도 한다)을 무찔렀다'는 역사적 사실이 없었다면 정말 멋진 액션 영화 라고 느꼈을 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내가 역사를 부정한다거나 못믿는다는게 아니라, 그만큼 스펙타클하고 믿을 수 없을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각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놀랐다.

심지어 왜군 장수 역할을 한 류승룡이 정말 징그럽게 느껴 질 정도였다.

다들 타고난 연기자들 이구나.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출판사 사장으로 나오는 배우 이승준이 나왔을땐 반갑기까지 했다.

'철딱서니 없는 사장님'의 이미지가 강해서 얼굴이 보일 때 마다 웃음이 나긴 했지만 워낙 역할 소화를 잘 해서 인지 조금 지나서 부턴 멋잇기까지 했다.




집에 오자마자 역사책을 펼쳐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읽었고,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검색까지 했다.

역사극은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다시한번 역사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코스로 거북선을 보러 갔을땐 더운 날씨며 빡빡한 일정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 다시 한번 간다면 찬찬히 시간을 갖고 오래 들여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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