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ing abroad/@USA

[어학연수] 카레 이야기

Rin5star 2014. 7. 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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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레를 아주 좋아한다.

한국식 카레, 일본카레, 인도카레, 태국카레 할것 없이 카레면 다 좋다.

그중에 제일 좋아하는건 엄마카레.


오늘 저녁은 엄마표 카레였다.


카레를 먹다가 문득 미국서 만들었던 카레가 생각났다.



사실 나는 요리를 하는것도 매우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다. (아닌가..? ㅋㅋㅋ)

그래서 일본 유학 시절에도내가 직접 요리를 했고, 미국 유학 시절에도 내가 직접 다 만들어서 먹었는데, 크게 실패하는 요리없이 잘 해먹었다.

친구들을 불러다 한국요리 파티를 하기도 하고, 일본인 친구 집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 저녁의 날을 갖기도 했다.


한식 일식 양식 중식 장르를 따지지 않고 해먹고 싶은 요리는 다 해 먹었는데, 미국서 카레 때문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많은 요리를 했지만, 못먹을 만큼 맛이 없게 만들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래 사진에 있는 문제의 카레가 유일한 실패작 이었다.




사진은 정말 먹음직 스러운 카렌데...



예전에 그리스에서 생활 하시는 이웃 블로거님 포스팅에서 카레때문에 큰 실패를 했다는 글을 읽었는데, 웃을 수가 없었다.

왜냐고? 나도 똑같은 실수를 했으니까.




2010년, 겨울

내가 지내던 곳엔 한국상점이 한군데 뿐이었는데 우리가 한국서 흔히 먹던 오뚜기카레가 비쌌다.

보통 카레는 커다란 냄비에 많이 끓여서 여러번 먹어야 '아, 내가 카레를 좀 먹었구나' 싶은데

한국상점에서 파는 카레는 양도 작고 가격도 비싸서 내 욕구를 채워주진 못했다.

한국서 가져온 일본카레와 한국 카레도 다 떨어져 카레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자주 가던 슈퍼에 벌크로 파는 향신료가 있는데 그 중에 CURRY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냄새를 맡아봤는데 역시나 카레!!!

오오오오오!!!신난다!!!!신지어 저렴해!!!


얼마나 먹고싶었던지 당장 카레를 해 먹겠단 심산으로 카레가루를 잔뜩 샀다.

다른 재료는 집에 있으니 달랑 카레가루만 사서 신이나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고기, 양파, 감자, 당근에 평소에는 안넣던 완두콩, 옥수수 등등 온갖 맛있는 재료는 다 넣었다.

버터에 재료를 볶고 curry가루를 푼 물을 붓고 보글보글 카레를 끓이는데 완벽한 비주얼은 물론 냄새까지 황홀했다.


역시 카레는 진리다! 라는 생각으로 간을 보려고 한숟갈 떠먹는 그 순간...

난 내가 주방세제를 먹은 줄 알았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맛.

속은 니글거리고 맵고 쓰고 왠지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날거 같은 맛.

냄비를 잘못 씻어서 세제맛이 난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아!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우리가 먹던 오뚜기 카레는 모든 향신료가 다 들어간 블렌드 카레 였다는걸................


Curry가루만 가지곤 아무것도 안되는건데...

어쩐지 Curry가루 옆에 쿠민이니 코리앤더 같은 향신료도 있었는데...

난 그동안 카레를 너무 쉽게 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엉엉

카레는 다 만들어 졌는데 왜 먹질 못하니...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오늘 장 보면서 다른건 안사고 Curry가루만 사왔는데...

이제 더이상 냉장고에 먹을게 없는데...있는 재료 다 넣은건데... 내 소중한 재료들인데...

 난 또 언제 장을 보러 가야하나...

난 왜 덜렁 Curry가루만 사왔을까...?

물어보기 대왕인 내가 왜 오늘은 직원한테 물어보지도 않았을까.

저 냄비속 재료들은 무슨죈가...

어째서 난 이렇게 바보같은 짓을 한건가.

끓고 있는 냄비를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체에 받쳐서 재료를 헹군다음에 칠리소스에 볶아 먹어야 하나,

아니면 저 카레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일 나머지 스파이스를 더 사다가 넣어서 새로 끓여야 하나...한참 생각을 했다.


결국 카레는 디포저 속으로 들어갔다...카레 바이바이...

그리고 난 그날 저녁을 굶었다.




저때 너무 충격을 받아서 남은 카레가루를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마음속 다짐을 했다.

비싸더라도 한국 카레가루를 사다먹어야겠다고...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카레귀신이 얼마나 서러웠을지 짐작이 된다고 했다.

맞아, 나 카레귀신인데..

그런 의미로 한그릇 더 먹어도 될까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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