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ing abroad/@USA

[어학연수]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하게 한 미국의 소방훈련(fire drill)

Rin5star 2014. 8. 1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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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은 교환학생으로 미국의 고등학교를 다녔던 분이 쓴 총기난사 대비 훈련 포스팅을 보고 문득 떠오른 "소방훈련(Fire drill)"에 관한 이야기 이다.

​미국에서 어학 연수를 ​​하는동안 나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는데, 내가 생활한 기숙사는 4명이 하나의 House를 쉐어하는 형태의 기숙사였다.
방4개에 욕실겸 화장실 2개 주방과 거실이 하나씩 있는 아파트 형태의 기숙사 였는데, 당시 학교에서 운영하던 기숙사 중 제일 가격도 비싸고 시설이 좋은 기숙사였다.
일본서 일년동안 혼자 생활하던 습관 때문에 혼자 방을 쓰기 원했는데 미국인 친구도 사귀고 싶어 고민들하던 차에 이 기숙사를 추천 받은 것이다.

난 앞선 포스팅에서도 말 했다시피 스스로 어학연수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기숙사 신청도 내 스스로 했다.
지금 생각 해보면 ​​영어도 잘 못하는 내가 기숙사 입실 전 옵션체크(선호하는 방 타입, 룸메이트 성격, 취향, 기호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미리 조사를 한 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방이 배정된다.)의 수많은 문항들에 원하는 요구를 쓰고 딱 맞는 방을 배정 받을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
(이후 같은 기숙사를 이용하는 다른 한국인 학생이 저 설문조사를 만만히 봤다가 엉망진창인 아이들과 한 집에 살게 된걸 봤다.)


미국에 도착해서 며칠간은 아빠 친구분 댁에서 신세를 졌지만, 얼른 기숙사로 들어가고픈 마음에 하우징 사무실에 가서 "I have no home, like a homeless. Want to stay my dorm" 이라고 엉터리 영어로 노숙자 선언까지 해버렸다. 홈리스 라는 말에 내가 불쌍해 보여서 였는지 하우징 사무실에선 흔쾌히 열쇠를 내줬다.
덕분에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입실이 가능했고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 혼자 일주일 넘게 생활을 했었다.

사진 : 실제 내가 지내던 기숙사 모습



기숙사 생활을 하고 한 두달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다.
평소랑 다름없이 학교를 마치고 와서는 저녁을 먹고 침대에 엎드려 숙제를 하고 있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더니 기숙사 전체가 사이렌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난데없는 소리에 놀라서 거실로 나갔는데 룸메들이 다 외출을 하고 없어서 우선 복도로 나갔다.

기숙사는 각 층마다 기숙사생의 쾌적한 생활을 돕는 매니저(물론 학생중 한명)가 있는데, 우리층 매니저인 Erica가 하던 일을 멈추고 전부 기숙사 뒷쪽 잔디밭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영문을 모르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는데, 엘레베이터는 위험하니 계단으로 나가란다.

그제서야 이 상황이 심각하단걸 판단 하고는 얼른 비상계단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왔다.

잔디밭 근처엔 내가 살던 기숙사를 포함해 A, B, C동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와 있었다.
외출한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을 각 층의 매니저가 방문을 두드리며 밖으로 내보낸 것이다.

하필이면 룸메들이 다 외출을 해서 당시 영어를 잘 못하던 내게 지금 상황을 설명 해 줄 사람이 없었는데 마침 룸메Jessica의 남자친구의 절친인 Jeremy가 날 발견 하고는 옆으로 다가왔다.(룸메의 남친의 친구...먼사이인거 같지만 자주 거실에서 같이 tv를 봐서 니친구가 내친구 내친구가 니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나 : 무슨 일이야? 에리카가 밖으로나가라고 해서 나오긴 했는데, 아무 설명도 없고 무서워 (What's going on? Erica let me out with no explain. So scared.)

제레미: 소방훈련이야. 불나서 다 죽으면 안되니까 기숙사에서 불시에 사이렌을 울리는거야. 겁먹지마.(It's just a fire drill. Just be prepared for many types of emergency situations.Take it easy.)


진짜 불이라도 난건가 긴가민가 했었는데 제레미가 설명 해 준 덕분에 이 모든 상황이 소방 훈련이었다는걸 이해 했다. 아 진짜 십년 감수 했네...

일본 학교에서도 소방훈련이라던가 지진대비훈련을 하긴 했지만 대부분 몇일 전 부터 공지를 했기때문에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었는데, 이건 말 그대로 불시에 하는 소방 훈련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물어봤더니 미리 공지를 하고 훈련을 하면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게되서 긴장을 놓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오히려 당황해 우왕자왕 하거나 훈련내용을 잊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더 큰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시에 하는 훈련이 반복되다 보면 실제상황이 닥쳤을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니 확실이 처음엔 당황하기는 하겠지만 불시에 하는 훈련이 반복되다보면 실제 상황에서 차분히 메뉴얼을 따라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스럽고 무서웠던 첫 Fire drill이후 몇차례 더 훈련이 있었다.
중간중간 자리를 비워 참가하지 못한 훈련도 있었지만 여러차례 소방훈련을 참가 했는데 사이렌이 울릴 때 마다 놀라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매번 실제상황 같은 훈련이 반복되다 보니 나중엔 사이렌이 울리자 마자 여권과 비상금이 든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뛰쳐 나가기도 했다. (일본에선 지진에 대비해 지진대비용 가방이 있었고, 미국에서도 여권, 현금, 물 한병 이 든 가방을 따로 준비 해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 하게 해 뒀었다.)

한국에서 초, 중, 고, 대학을 다 나왔지만 지진 대피훈련은 물론 소방대피 훈련을 한 기억은 없었다.(민방위 훈련때 책상 밑으로 숨어 들어간 정도랄까?) 일본처럼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게 아니라 훈련을 안했던 것도 있었고, 보통 책이나 영상물로 교육을 받고 땡이었다.

생각 해 보니 우리 나라의 안전문제에 대한 의식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조금 낮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최근엔 여러가지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로 인해 안전의식이 높아지긴 했지만, 조금 더 신경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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